구미

자주 고향을 방문하는 친구들과 이야기 할 때면 참 부러운 것이 많다. 속내까지 잘 아는 오래된 친구들, 분식점에 가서 다시금 느껴보는 추억의 맛, 어릴 적 뛰어놀던 동네들까지. 고향은 시간이 갈수록 자기가 태어나서 자란 곳의 의미를 넘어 마음 속 깊이 간직한 그립고 정든 곳의 관념적 이미지인 것은 맞는 것 같다. 삶의 큰 시련 앞에 스스로가 의지하고 휴식할 수 있는 마음의 고향이 있다는 것은 정말 다행인 일이다. 그 고향이 없거나, 갈 수 없음에 느껴지는 그 상실감의 고통을 이제는 서서히 알아간다. 일제강점, 전쟁과 분단, 도시화로 이어지는 역사의 굴곡 속 살아가는 우리에게 고향은 꼭 필요한 존재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