예천

정신없이 생활에 몰두하다 보면, 어느덧 나이의 두께가 제법 두꺼워진다. 문득 책 맨 앞장에 있는 유년의 기억들로 다시 책을 넘겨보려 해도 쉽지 않은 순간이 온다. 흙먼지 날리며 과수원을 돌아다녔던 일들, 썰매를 만드는 것을 두근두근 지켜보던 일들, 소 여물을 주며 눈동자를 유심히 관찰했던 일들. 기억인지, 허구인지도 구별할 수 없을 아득한 기억들이 안개 속으로 사라지자, 점점 삭막해져가는 지금의 내가 더욱 선명해진다. 예천 여행을 통해 유년의 내 모습, 그 때의 삶을 다시 돌아보는 것은 어떨까.